휴대폰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업체가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퀄컴이다.

퀄컴은 지난 89년 CDMA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96년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았다. CDMA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고 있다.

지난 95년 3억8천6백달러(4천5백억원)였던 퀄컴의 매출은 4년 후인 99년엔 10배가 넘는 39억3천7백만달러(4조5천억원)로 급증했다.

이제 퀄컴은 연간 수억달러의 이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이 회사는 지금도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휴대폰 칩셋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원천기술이 부족해 많은 기술료를 부담하고 있다. 휴대폰 출고가의 5.25∼5.75%를 퀄컴에 지급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밑돈다. 퀄컴의 사례는 원천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생산성·품질관리,디자인·설계 등 제품 개발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분야인 원천기술 개발 능력과 부품 확보 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반면 선진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활용하는 한편 이를 특허로 등록,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박정수 부연구위원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 다수의 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제품 개발의 우위만으로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며 "우리 휴대폰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부품의 경쟁력도 중요하다. 국내 휴대폰 부품산업은 휴대폰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급격히 성장해왔다.

액정표시장치(LCD) 메모리 모뎀칩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 휴대폰의 5대 부품 중 모뎀칩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산화됐다.

LCD와 메모리는 삼성SDI와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업체다. 카메라모듈도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한성엘컴텍 등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휴대폰 국산화율은 지난 98년 40.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0.3%까지 높아졌다.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80%에 육박한다.

그러나 휴대폰의 융·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새로 등장하는 고가 핵심부품들,예를 들면 고체촬상소자(CCD) 방식의 카메라모듈,이미지프로세서,고휘도 발광다이오드 등은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부품산업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