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두달만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2차 상승랠리"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가상승 행진이 배럴당 45달러까지 이어진뒤 연말에는 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정정불안,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석유생산 중단 가능성,수요증가 등은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대표적 요인들이다.

유가급등은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세계경제에 최대복병이다.

◆수급상황 개선 예상보다 느리다=지난 6월2일 최고치(WTI 종가기준 42.33달러)를 정점으로 한 달 정도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재상승세로 방향을 튼 것은 한마디로 석유수급 개선 정도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7월부터 하루 생산쿼터를 공식적으로 2백만배럴 늘리고 내달 50만배럴을 추가증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에 미치지 못 한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한 상태다.

최근에는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 사태가 국제유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산유량의 2%를 차지하는 유코스가 치명적 생산차질을 빚을 경우 수급악화는 물론 엑슨모빌 등 서방 석유업체들의 러시아 석유산업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유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라크의 원유생산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이라크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1백90만배럴로,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50만배럴 정도 밑돌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테러위협,독일 네덜란드 등에서의 정유공장 화재,주간별로 증감이 반복되는 미국 원유재고량 등도 수급불안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연말 배럴당 50달러 전망도=향후 유가전망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엇갈린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데는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한다.

지속적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OPEC의 추가증산여력,테러불안,수요증가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 등 산유국에서 추가 대형 테러가 발생할 경우 유가 오름세가 폭등세로 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의 상품담당자 고란 트랩은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볼 때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44∼45배럴까지 쉽게 오른 뒤 연말에는 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유코스의 생산차질에 대비해 OPEC이 산유량을 늘릴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유코스가 원유생산을 중단하면 세계시장이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적으로 국제유가가 하향안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가안정론자들은 OPEC이 기본적으로 최근의 유가가 너무 높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데다 고유가가 수급보다는 투기적요소에 의해 촉발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석유연구소(API)의 존 펠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1981년 배럴당 35.24달러였던 정제용 원유가격은 인플레를 감안할 경우 현재 73달러에 해당된다"며 "수급불안 심리가 해소되면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최대 복병=고유가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최대 복병이다.

고유가가 소비위축→물가하락→생산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회복세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는 고유가의 경제충격이 상대적으로 해외원유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에서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지고,연소비지출이 7백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지표 호전에도 불구,뉴욕증시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배경에는 고유가가 깔려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