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가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자동차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내수가 모처럼 회복될 조짐을 나타냈다.

그러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데다 건설수주도 30% 이상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설비투자는 자동차 특수기계 등의 투자가 늘어난 데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율은 작년 2월(8.9%)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4개월 만에 내림세(-2.3%)를 나타냈던 도ㆍ소매 판매액 지수도 1.6% 높아지며 한달 만에 오름세로 반전됐다.

특히 장기 부진에 빠져있던 자동차 판매가 3.1% 증가,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2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소매업도 0.4% 늘어나며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됐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은 20.6%로 전달(28.8%)에 비해 증가폭이 8.2%포인트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도 12.3%로 전달(13.5%)보다 1.2%포인트 둔화됐고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산업생산 증가율(전월 대비)은 아예 감소세(마이너스 2.0%)를 나타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생산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이 전달 68.1%에서 6월엔 53.8%로 낮아졌고 휴대전화를 포함한 영상 음향통신기기도 같은 기간 33.6%에서 22.9%로 증가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내수 회복이 수출 둔화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건설경기 침체도 장기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실제 건설투자 실적을 나타내는 국내 건설 기성액은 올들어 가장 낮은 증가폭(7.8%)을 기록했고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신규 건설수주액은 36.9%나 급감하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같은 경기부진은 경기종합지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현재의 경기를 재는 종합성적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달보다(99.7)보다 0.8포인트 하락,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향후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사이클상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정도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아직 추세 반전을 단정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