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평가가 정반대로 엇갈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의견이 낮아지는가 하면 거꾸로 실적이 악화됐는데도 목표주가는 오히려 높아지는 '실적 따로 평가 따로'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나 급증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성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실적 호전은 영업외수익이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며 목표주가를 오히려 1만5천2백50원에서 1만4천4백원으로 떨어뜨렸다.

삼성전기도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1백57%나 뛰었지만 이날 증시에선 52주(1년) 최저가로 주저앉았다.

2분기 실적은 '합격점'이지만 3분기부터가 걱정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지적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백9%나 늘어난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동원증권은 내수 침체로 자산건선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기업은행의 목표주가를 9천원에서 8천4백원으로 내렸다.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필립스LCD의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동부증권은 3분기부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공급 과잉으로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데도 후한 점수를 받는 종목도 있다.

호남석유화학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은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38%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향후 전망이 밝다며 목표주가는 오히려 4만8천원에서 5만4천원으로 올려놨다.

한국가스공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데 대해서도 증권업계에서는 '계절적 요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아차도 2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수출 호조와 신차 효과에 힘입어 3분기부터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실적은 계절적효과 영업외수익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급변하기도 한다"며 "외형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