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에 '서울이 북경이나 멕시코보다 못하다?'는 내용의 광고물을 게재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국정홍보처 등의 명의로 공동 제작된 광고는 '외국 기업들이 서울보다 북경을 선택한 이유!' '세계 30대 도시중 서울의 삶의 질은 최하위!'라는 문구와 함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각종 투자 규제가 많아지고 교통난 및 환경 오염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광고는 또 경쟁력을 잃어가는 서울과 활기찬 베이징 거리를 대비하는 내용의 삽화를 담았다.

삽화는 톈안먼 광장 앞을 자건거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중국인을 서울광장을 의미하는 조그만 동그라미 안에서 남루한 옷차림에 괴나리봇짐을 맨 선비가 주눅 든 표정으로 쳐다보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세계 모든 나라가 수도나 대표 도시의 장점과 매력을 널리 알려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데 우리 정부는 적극 홍보는 커녕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정부가 수도 서울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광고를 공개적으로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칫 소뿔을 자르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이며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정책 홍보를 할 때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광고에 맞서 대응광고를 제작해 지하철 전동차에 부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국정홍보처는 이에 대해 "광고는 서울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의 삶의 질과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의 반어적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