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기업의 매도자(회사소유자)와 매수자가 짜고 회삿돈을 횡령해 해당기업을 사고 판 신종불법 인수합병(M&A)사건이 30일 검찰에 적발돼 시장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끝없이 추락하는데는 이처럼 일부 파렴치한 기업사냥꾼들과 애널리스트등 전문가들의 불법.비리가 속출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탓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M&A 양 당사자가 공모한 조직적 범죄=이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에 의해 밝혀진 신종 M&A 사례는 기업 매도·매수자 모두 회사돈 횡령에 가담해 기업 매매를 성사시킨 후 해당 기업을 부실 기업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들과 구별된다.

그동안 기업 M&A 관련 범죄는 주로 기업을 사는 매수자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데 비춰 이번 사건은 이례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업체 ㈜사이어스 전 대표 이모씨(50)는 코스닥 등록 직후 보호예수기간에 묶여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팔 수 없는데도 2002년 2월 매수자 L씨가 90억원에 회사를 사겠다는 제의를 해오자 편법인 이면계약 형태로 회사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이어 이들과 함께 검찰에 기소된 공인회계사와 M&A 전문가들을 동원해 회사 자금으로 53억원 상당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L씨에게 건넨 뒤 자금세탁을 거쳐 자신에게 중도금 50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L씨는 회사 인수 후에도 회사돈 수십억원을 추가로 횡령했을 뿐만 아니라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된 2003년 6월까지 회사를 매수한 사실 등을 공시도 하지 않았다.

이를 모르고 이 회사 주식을 산 일반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재작년 2월 당시 연매출 2백40억원,당기순이익 14억원의 견실한 회사였던 사이어스는 지난해 12월 매출액 1백20억원,당기순손실 1백50억원 상당의 부실 기업으로 전락했다.

주가도 종전의 20% 수준으로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사냥꾼,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의 불법합작에 일반투자자들만 당해=이번 사건이 예외적인 것이라면 얼마전 사채업자로부터 60억여원을 빌려 코스닥 등록 기업 D사를 인수한 뒤 공금을 빼돌려 사채빚을 변제하는 불법을 저지르다 결국 해당 기업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만든 이모씨(33)의 경우는 일반적인 M&A비리사건으로 꼽힌다.

또 기업사냥꾼 우모씨(37)가 사채 등을 동원해 코스닥 기업 H사를 사들인 뒤 공인회계사,유명 애널리스트 등과 공모해 주가 조작으로 회사돈 45억원을 횡령한 사건도 유사한 수법이다.

이밖에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를 인수한 뒤 주식담보대출로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40억원의 공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한 일도 있었다.

또 작년에는 비상장법인 대표가 코스닥 등록법인인 H사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 주식을 분산 매수한 뒤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 전문가가 불법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주가는 요동치고 일반투자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