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사정위원회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사용자측은 '노사정'이 아닌 '노정'의 들러리를 서는 것 같다. 경총은 당장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라."(삼양사 권순길 상무)

"노조가 왜 이라크파병 촛불시위 화물연대 핵폐기장 등에까지 무분별하게 (개입해) 비정부기구(NGO) 등과 연대활동을 벌이는지 모르겠다."(한국무역협회 한영수 전무)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공동주최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제주 하계 포럼" 사흘째 행사.전날까지만 해도 차분히 세미나를 경청하던 기업인들은 이날 노사정 대표들이 강사로 나서자 앞다퉈 발언기회를 얻어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은 "지하철 노조가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실제로는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노사불안은 노사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데서 나온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근로자가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용자는 버티기 힘들다"며 "개별 사업장과 노조 상급단체에 이어 정당에 파견할 노조 전임자의 임금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 되느냐"고 노조를 비난했다.

기업인들의 발언 강도는 더 강했다.

"임금을 아무리 많이 올려줘도 약효는 1년뿐이다.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다"

"도대체 노동운동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 방향을 모르겠다"라는 기업인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심지어 한 참석자는 "노사정위원회가 "노정"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경영계가 위원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경총은 들러리를 그만 서고 위원회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를 직접 겨냥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노조 운동을 하면 반드시 빨간 머리띠를 하고 빨간 조끼를 입어야 하나. 몽둥이를 들고 전투경찰과 (폭력적으로) 맞서는 것도 이젠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삼우EMC 정규수 회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과격한 노동운동 때문이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통한 일자리창출이 필수적인데 노동계는 책임이 없나."(탑경영컨설팅 고강식 대표)

정부의 강력한 노사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발언도 많았다.

일성엔지니어링 장해일 전무는 "춘투 하투 등으로 노사분규가 1년내내 지속된다. 기업인들은 불안감과 염려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 제조업 공동화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한편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권과 관련,"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며 "올 하반기에 공무원 노조 합법화를 위한 입법을 할 계획이지만 공무원이 국민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법파업을 엄단하고 사후에도 책임을 철저히 묻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지하철 및 LG칼텍스정유의 불법파업과 관련해 지도부를 중심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단기투자금 중심의 외국 투기자본에 점령된 경제패러다임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단기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고부가가치의 설비투자보다는 인건비를 줄이는데 치중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미국식 교육을 받은 인사들이 경제부처를 장악하고 정권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바뀌지 않는 철밥통 중의 철밥통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상황이 급변하는데 10~15년전에 배운 것을 지금 떠들고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제주=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