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30일 한국노총과의 만남을 끝으로 2주일간의 "민생탐방"을 일단락했다.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별로 재래시장과 공단 등을 방문했고,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국가 정체성" 논란에 따른 정국 경색을 뒤로 한채 경제주체와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그만큼 현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가는 곳마다 쓴소리=경제주체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려는 여당의 행보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릴레이 간담회 첫날인 26일 중소기업인들은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기업인을 전과자 취급 말라'는 등 '쓴소리'와 함께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움직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중소기업 경영안정을 위한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의 노조가 강성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며 노동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고,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참여정부 경제운영의 틀도 잘못되고 사람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기업 연구개발(R&D) 담당자들과의 만남에서 한 기업체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사업화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R&D정책의 오류,청년 실업대책의 비효율성,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행태 등을 강하게 질책했다.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까=이번 간담회에서 여권 관계자들이 기업인·노조·증권사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실질적인 경제주체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여당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하고 정책에 반영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법개정안'조속 통과를 촉구했고,열린우리당은 통과 당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도록 집권당이 노력할 것"이라며 "정쟁으로 경제정책이 미뤄지거나 경제주체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도 열린우리당이 앞장서는 한편 중소기업 육성,신용불량자 대책,청년실업,저소득층 생계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원내대표는 '경제사회단체협의회' 구성과 관련,"단순히 기구를 하나 띄우는 식의 실적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경제계·노동계·소비자·시민단체 등 경제주체들과 상시적으로 대화하고 타협점을 찾는 마당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