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1시.여의도 증권거래소 본관 16층 강의실.40명의 중·고교 교사들은 증권거래소에서 '옵션 박사'로 불리는 안춘엽 팀장(경제학 박사)으로부터 선물·옵션 강의를 듣는 중간중간 활발하게 질문을 던졌다.

"선물을 이용한 헤지거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선물거래를 했는데 왜 미결제약정이 생기죠?" "주가지수옵션과 개별주식옵션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교사들은 안 팀장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떡이거나 노트에 따로 메모를 하는 등 수강에 열중해 강의실의 열기는 섭씨 30도를 넘는 불볕 더위를 무색케 했다.

이날 강의는 증권거래소가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 사회·경제담당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마련한 '증시워크숍'이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했던 김선옥 교사(세륜중·여·40)는 "평소 주식시장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증권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증권거래소 뿐 아니라 증권업협회,증권예탁원 등 유관기관과 증권사들까지 다양한 '증권 배우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상도 일선 교사와 초·중·고 학생들 외에 기업체 동창회 노인대학 대학동아리 등 폭넓다.

증권업협회는 지난 3월부터 전국 초·중·고 대상으로 증권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강의는 주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맡는다.

협회는 이번 강의를 위해 '증권표준교재'도 만들었다.

가령 초등학생용 교재는 '돈과 생활''우리집과 증권''합리적인 투자문화' 등을 테마로 만화까지 곁들여 증권 전반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학교 정규 교과서에 없는 생소한 것인 만큼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강사로 나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어린 학생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주식이 뭐예요?'라는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삼성전자가 왜 제일 좋은 주식이에요?"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증권회사는 어디에요?" 등에 이르기까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학생은 "저도 삼성전자같은 훌륭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에앞서 이달 6일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한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미리 교재로 예습까지 한 학생들이 "펀드가 뭐죠?" "주가조작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대답하느라 예정된 강의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황건호 회장은 "무엇보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경제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증시환경이 어려울수록 미래의 투자자인 초·중·고생들에게 올바른 주식시장 교육을 시켜야 미래 증권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예탁원은 작년 12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청소년 대상 증권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이틀간은 초등학생 1백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경제캠프'도 열었다.

대한투자증권은 30일 초등학생 4백명을 초청,'엄마와 함께 배우는 어린이 경제교실'을 개최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