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는 경기를 풀어 나갈 정책조합(policy mix) 문제가 최대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단 정책추진 여건은 최악으로 평가된다.

대내외 경제가 겉도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경기를 지탱해 줬던 수출과 자산효과도 둔화조짐이 뚜렷하다.

정책수용층들은 노무현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좀처럼 반응을 보이질 않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우선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콜금리 인하설'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금리인하에 대한 총수요 민감도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경기부양보다는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

만약 이런 여건을 무시하고 콜금리를 인하한다면 반드시 대출금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금융기관으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도 병행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더 나아 보인다.

재정정책중에서도 재정지출보다는 세금감면책이 더 효과적이다.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끼는 여건에서는 재정지출은 그만큼 민간부문의 지출을 감소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환율방어정책은 하루 빨리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이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달러가치가 회복되는 상황에서는 수출만 감안해 환율을 방어하다간 달러-캐리 자금을 중심으로 대내외 자금이탈에 따라 경기를 둔화시키는 역자산 효과(anti-wealth effect)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총량을 건드리는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대책이다.

굳이 총량대책을 고집한다면 무기력증·우울증세를 보이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직접 자극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전제된 상태에서 경제 운영 원리로 시장경제 원칙을 충실히 하고 성장 위주의 거시경제 운영기조를 재천명해 나라 안팎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좌파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좌파 이미지는 외자와 국내기업의 이탈을 촉진시켜 각종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과 성장 위주의 거시경제 기조 하에 경제주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운용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권력과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춤추는 '지대추구형 사회(rent-oriented society)'에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따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노사분규와 소득 혹은 부의 불균형과 같은 각종 양극화 과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모두가 지적하듯이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면서 정책당국자들은 진심으로 정책수용층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경기부진은 '과거 정부와 언론탓'이라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기가 회복되겠는가.

누구나 바라지는 않지만 최근처럼 대부분 정책수용층들이 이중침체(double-dip)와 스태그플레이션,일본식 장기침체 우려에 더 귀를 기울이고 동조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한낱 '아이러니컬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경제주체들에 대해 섭섭해한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자격이 없는 지도자요,경제각료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