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모 방송사는 과학문화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로 과학드라마를 제작키로 했다.

그러나 과학관련 소재를 자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나섰지만 과학드라마의 취지에 맞는 시나리오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찾지 못해 과학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과학프로그램들이 방영된다 하더라도 1년도 채 못 넘기기가 일쑤다.

과학잡지 등 인쇄매체들도 외국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과학전문 인터넷 사이트들도 네티즌으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과학 관련 콘텐츠 문제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나마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학문화재단은 올해부터 과학영상물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학문화재단이 이 사업을 위해 확보한 올해 예산은 4천만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과학 관련 통계와 상식,용어 등 정보 및 자료도 크게 부족하다.

정부에서도 과학 통계 자료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분야 통계자료를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않다.

과학분야 전시물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대덕의 국립중앙과학관이 보유 중인 전시물은 80만점에 불과하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이 5천만점의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과학문화 관련 콘텐츠 확보 및 제공을 위한 미디어 리소스 사업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지원이 부족한 데다 기능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디어리소스 사업은 방송의 영상물 제작을 지원하는 등 본래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예산이 5억8천만원에서 올해엔 1억7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미디어리소스 사업에 대한 관리 및 감독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과학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과학문화재단을 비롯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한국산업기술재단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은 지난 3월 과학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기로 했다.

과학문화재단은 또 지난 5월부터 SK텔레콤,KTF 등을 통해 휴대폰에 '과학나라'란 이름으로 과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올초 연구원 등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정보마케팅실'을 신설,과학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누구나 과학콘텐츠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선진국과는 너무도 다르다.

미국에는 과학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나 웹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돼 있다.

'포퓰러 사이언스','디스커버리 스쿨','나사(NASA)키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학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 인력과 조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과학콘텐츠진흥센터 등을 빠른 시일 안에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송진웅 교수(물리교육학과)는 "과학지식을 대중화하기 위해선 우선 콘텐츠부터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가 민간과 함께 콘텐츠 전문기관 설립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