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가 경제주체들과의 연쇄 릴레이 회담을 마치면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1주일간 중소기협중앙회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단,시민사회단체,증권업계 관계자,정운찬 서울대 총장,기업체 연구개발담당 임원 등을 만나면서 그 자리에서 쏟아진 각종 쓴소리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러나 모양새 갖춰 듣는 것으로 끝나선 결코 안된다고 본다.

정당이 그것도 여당이 경제주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사실 무슨 의미를 찾고 할 필요조차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보다는 이번 간담회에서 나왔던 목소리 중 새롭다고 할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선 기업하기 어렵다''노조가 강성이란 인식이 퍼져 외국인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내수부진 등 경제 펀더멘털 악화가 심각하다''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좋은 기술 개발하면 뭐하나' 등 하나같이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돼 왔던 것들이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인식이 엇갈린 부분도 있었다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듣는 일만 반복해야 하는지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 앞서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이미 해결책을 찾아 지금은 한창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어도 모자랄 정도의 심각한 경제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왜 그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이유는 자명하다.

무슨 문제를 제기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말까한 것이 오늘의 경제현실이다.

그런 판에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그 동기부터 의심한다면 현상이 적기에 진단될리 만무하다.

경제주체들의 여론은 굳이 간담회를 통하지 않더라도 항상 귀를 열고 들으려 하면 들리게 돼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결산하면서 "일관성있게 경제정책을 추진하면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정쟁으로 경제정책이 미뤄지거나 경제주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데 힘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제라도 제발 그러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그런 다짐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쟁 때문에 경제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 것도 지금 우리가 해방 직후, 혹은 유신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과거사 문제 등으로 다투고 있으니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무슨 일말의 기대를 할수 있겠는가. 정말 말이 아닌 실천을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