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의외다.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실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 납득할 만한 사퇴의 명분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작년말부터 신용카드정책 실패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아 왔고,감사결과를 놓고도 문책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아 피감기관의 책임자로서 심리적 압박감이 적지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논의마저 구체화되면서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사퇴를 결심한 게 아닌가하는 짐작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이유에서라면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은 적절치 못한 감이 있다.

신용카드정책의 실패는 재임 이전의 일인데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사퇴를 해야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감독체계 개편방향이 금감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반면 금감원은 단순 감사업무만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론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감독원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특히 이 위원장은 감독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터여서 참으로 난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가 복잡하고 난처하다고 해서 그만둘 일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떠나는 것이 순리고 책임있는 공직자의 자세다.

다른 한편으로 금감원 조직원들이 그러한 입장에 처한 이 위원장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는커녕 '신관치금융 부활 음모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삭발투쟁을 벌이는 등 극단적인 반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과연 잘한 일인가.

사실 금융감독체계가 복잡 다기화되어 있고,그로 인한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하려는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자기 조직의 이해득실만을 따져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든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정답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데다 이해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감독기관의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라 감독의 효율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피감기관들이 중첩된 감독행정으로 인해 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