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연루된 변호사 중 판·검사 출신은 몇명인가."(기자)

"수사의 본질이 아닌 만큼 출신을 밝힐 수 없다."(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변호사 15명(6명 기소,9명 징계통보)이 포함된 제3차 법조비리 수사 결과에 대한 사전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달 30일.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실에서는 기자들과 검사들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변호사 15명의 출신을 밝히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검찰이 묵살하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비리 관련 변호사 출신을 비공개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건 수임 비리에 연루된 전문 브로커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적발된 변호사들이 있어 이들의 출신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었다.

기자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검찰은 묘안을 짜냈다.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연수원 출신'과 '군 법무관 출신',그리고 판·검사를 합친 이른바 '재조 출신' 등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판·검사를 합쳐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려 한 것.

판·검사 출신을 각각 나눠 공개하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검찰은 "판사 출신이 검사 출신보다 많다는 것만 알아달라"며 '판사'를 걸고넘어지면서 한사코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다음날(31일) 기자들의 요구가 거듭되자 검찰은 마지못해 '판사 출신 6명,검사 출신 3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3개월에 걸친 끈질긴 추적을 통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다수 처벌해 법조계를 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브리핑 과정에서 사소한 사실을 감추려 발뺌으로 일관하던 검찰의 행태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수임 비리가 드러난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형사입건하지 않고 단순히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통보한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법원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일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알선료 제공 단서를 포착하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및 구속 영장을 기각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