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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비만과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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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한 유명호텔의 외국인 조리장은 얼마 전 한국음식 예찬론을 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양식전문인 그는 오랫동안 한식을 접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실토하고 있는데,무엇보다 한식은 식재료가 다양할 뿐더러 조리법도 많이 개발돼 있어 양식에 비해 건강메뉴를 짜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한식은 가장 적합한 식이요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패스트푸드가 성인병을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지목되면서 한식의 우수성이 더욱 부각되곤 한다.

    엊그제는 세계비만대책위원장인 필립 제임스가 '비만예방에는 한식이 최고'라고 우리 고유음식을 치켜세웠다.

    그는 구체적으로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언급하며,지방과 당분이 많은 서양식 식사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이 서양에서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지중해식 식사보다 비만과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실시한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한식에는 김치 등 발효음식이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 등이 많이 포함돼 있어서다.

    각종 나물과 고추장이 재료로 쓰이는 비빔밥은 최고의 다이어트음식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한국 전통음식이 이토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순전히 고추장과 된장 덕분이다.

    메주와 찹쌀 그리고 고춧가루로 만들어지는 고추장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비만억제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된장 역시 발효되면서 몸에 좋은 미생물과 효소가 풍부해지고 비타민이나 펩타이드 아미노산 등 생리활성성분 등이 생겨나 비만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비만은 당뇨병과 심장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고 신경통과 관절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비만이 인류의 가장 골치아픈 질병으로 치부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2002년 '세계건강의 날'에 비만이 최대의 이슈로 다뤄지면서 이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식이 비만 예방에 최고'라는 사실은 새삼 우리 음식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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