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좋은 소식, 환장할 소식..임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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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전해주는 세 가지 소식.'
좋은 소식=맨날 밖으로 나돌던 애가 오늘은 제 방에서만 지냈다.
나쁜 소식=아이 방을 청소하다 포르노 테이프를 찾아냈다.
환장할 소식=그 테이프에 우리 부부가 나왔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유머 한 토막이다.
최근 발표된 몇 가지 경제지표를 접하면서 이 유머의 패러디 감이 떠올랐다.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전해주는 세 가지 소식.'
좋은 소식=작년 말 현재 국내 제조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이 1백16.1%로 미국 일본보다도 낮아졌습니다.
나쁜 소식=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않는 바람에 지난 4년 간 국내 기계설비가 48조원이나 줄어들었습니다.
환장할 소식=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올 상반기에 66%나 늘었습니다.
유머의 패러디이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수치는 지난주 산업은행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실제상황'이다.
그리고 이 수치들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성장잠재력의 저하'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투자 대신 빚 갚기에만 급급하고,투자를 하더라도 해외에만 투자한다면 그런 경제의 귀착점은 불문가지다.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제주도 강연에서 "국내 설비투자가 수년째 정체상태"라며 걱정한 것도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어쩌다 이런 '환장할' 상황이 빚어졌을까.
기자가 만나는 경제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규제는 두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한다.
우선 투자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규제를 따르는 데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규제,저런 규제를 따지다보면 그만큼 투자할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규제는 또 심한 경우 기업들로 하여금 성장을 기피케하는 '피터 팬 신드롬'도 초래한다.
투자를 하면 기업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라 규제도 많아지니 차라리 투자를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전투적 노동운동'이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낮다.
하지만 조직된 노조의 '투쟁성'만큼은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염려하는 것은 투쟁성 그 자체만도 아니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노조의 요구사항이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노사분규 사례가 보여주듯 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경영권 참여에서부터 외국기업으로의 매각 반대,심지어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국가적 현안에까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 기업인들의 포럼에서 "차라리 경총이 노사정 위원회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도 이해할 만하다.
얼마 전 이헌재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 우울증 환자가 기업이라고 한다면 병의 근원도 이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즉 과도하게 규제를 받는데서 오는 신경쇠약과 전투적 노조에 대한 공포감이 어우러져 투자기피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을 치유할 능력은 결국 정부에 있다.
잡다한 규제를 걷어내고 정상궤도를 벗어난 노사운동의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당장 손대야 할 일이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좋은 소식'이 '더 좋은 소식'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limhyuck@hankyung.com
좋은 소식=맨날 밖으로 나돌던 애가 오늘은 제 방에서만 지냈다.
나쁜 소식=아이 방을 청소하다 포르노 테이프를 찾아냈다.
환장할 소식=그 테이프에 우리 부부가 나왔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유머 한 토막이다.
최근 발표된 몇 가지 경제지표를 접하면서 이 유머의 패러디 감이 떠올랐다.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전해주는 세 가지 소식.'
좋은 소식=작년 말 현재 국내 제조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이 1백16.1%로 미국 일본보다도 낮아졌습니다.
나쁜 소식=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않는 바람에 지난 4년 간 국내 기계설비가 48조원이나 줄어들었습니다.
환장할 소식=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올 상반기에 66%나 늘었습니다.
유머의 패러디이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수치는 지난주 산업은행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실제상황'이다.
그리고 이 수치들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성장잠재력의 저하'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투자 대신 빚 갚기에만 급급하고,투자를 하더라도 해외에만 투자한다면 그런 경제의 귀착점은 불문가지다.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제주도 강연에서 "국내 설비투자가 수년째 정체상태"라며 걱정한 것도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어쩌다 이런 '환장할' 상황이 빚어졌을까.
기자가 만나는 경제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규제는 두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한다.
우선 투자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규제를 따르는 데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규제,저런 규제를 따지다보면 그만큼 투자할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규제는 또 심한 경우 기업들로 하여금 성장을 기피케하는 '피터 팬 신드롬'도 초래한다.
투자를 하면 기업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라 규제도 많아지니 차라리 투자를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전투적 노동운동'이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낮다.
하지만 조직된 노조의 '투쟁성'만큼은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염려하는 것은 투쟁성 그 자체만도 아니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노조의 요구사항이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노사분규 사례가 보여주듯 노조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경영권 참여에서부터 외국기업으로의 매각 반대,심지어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국가적 현안에까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 기업인들의 포럼에서 "차라리 경총이 노사정 위원회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도 이해할 만하다.
얼마 전 이헌재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 우울증 환자가 기업이라고 한다면 병의 근원도 이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즉 과도하게 규제를 받는데서 오는 신경쇠약과 전투적 노조에 대한 공포감이 어우러져 투자기피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증상을 치유할 능력은 결국 정부에 있다.
잡다한 규제를 걷어내고 정상궤도를 벗어난 노사운동의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당장 손대야 할 일이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좋은 소식'이 '더 좋은 소식'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