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던 사람이 소개한 브로커 두 명으로부터 사건을 받아 수고비 명목으로 몇백만원 얹어줬을 뿐인데 검찰에 소환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때 고검 검사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김모 변호사는 브로커 2명에게서 사건 2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했다가 대한변협에 징계조치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다행스럽게도 알선료 총액이 1천만원을 넘지 않아 검찰 기소는 간신히 면했다.

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는 지난 3개월간 이같은 사건 수임비리에 대한 전국적인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변호사 13명(구속 3명)을 포함, 총 1백39명(구속 84명)을 형사처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의 이번 특별 단속결과는 사건 수임을 둘러싼 법조계 비리에 판·검사 출신을 포함, 변호사들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조모 변호사는 브로커 사무장을 무등록으로 고용한 후 20여차례에 걸쳐 사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로 6천5백20만원을 지급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13명의 변호사중 판ㆍ검사 출신은 5명이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6명의 변호사 중에는 판ㆍ검사 출신이 4명이나 됐다.

박모 변호사는 교통사고 전문브로커를 사무장으로 등록한 뒤 1년 간 2백50건을 알선받고 5천8백만원을 지급했는가 하면 하모 변호사는 브로커 2명에게 총 1억1천여만원에 달하는 알선료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사기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수사받게 해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경매 전문 브로커에게 39차례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주고 5천여만원을 받은 변호사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이번 수사는 사건 수임 브로커들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기업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고건호 부장검사)에 따르면 수천만원의 알선료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홍모씨는 판ㆍ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의 상세 정보를 종합해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 의뢰인이 승소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이른바 '맞춤형 변호사'를 소개하고 알선료를 챙겨왔다.

또한 사건 브로커 구모씨는 박모 변호사의 사무장으로 일하는 것과 별도로 임대보증금 4천만원을 지급하고 3명의 직원을 직접 채용해 사무실을 운영,브로커 자체도 기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