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이 1만달러 언저리인데도 3만달러에나 어울리는 분배우선정책만 내놓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기업가는 죽어도 기업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제주하계포럼'에서 기업인들이 쏟아낸 불만에 곤욕을 치렀다.

전날 노·사·정 대표들에게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던 기업인들은 홍 위원장이 "정부와 여당을 불안하게 생각한다면 무엇이 어떻게 불안한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주문하자 기다렸다는 듯 우려섞인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한 질문자는 "성장을 우선하는게 아니라 3만달러 시대의 분배정책을 쓰는데 불안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기업인은 "가진자들이 피해 의식을 갖고 있으면 투자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극빈층을 도와가면서 가겠다는 것이지 기본정책이 분배우선은 아니다"라며 "내년 예산안을 보면 실제로 경제촉진쪽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기업인은 "이정우라는 사람은 분배가 먼저라고 하지 않느냐.(게다가) 과거를 들추는 작업만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 여성 참석자가 "성장·분배를 고상하게 얘기하지만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영환경에서 정치권에 있는 사람보고 경영하라고 하면 하겠느냐"고 따지듯 묻자 참석자들이 "옳소"를 외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은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기며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돈버는 사람이 왕이다'는 인식이 핵심"이라며 "정부와 여당 내에 이런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홍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업이 사업부제 대신 별도법인을 만들어 운영할 경우 세금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법인간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을 법인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한 예로 들었다.

이는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배당소득 비과세제도와 중복돼 지주회사 유인책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올해 폐지법안을 제출하되 1∼2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경과규정을 두기로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유관기관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제주=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