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김용환 금감위 공보관을 통해 "최근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물러날 때라고 생각해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와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금융감독 조직 개편과 관련해 갈등이 커지고 있어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 위원장의 사의를 접수해 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휴가 중이지만 이르면 2일께라도 의중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 왜 사의 표명했나

이 위원장은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해 (금감원 노조위원장이) 삭발투쟁을 벌이고 금감위원장에 대한 퇴진운동도 추진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어떻게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체제 개편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갑작스레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비난은 감수하겠다"며 "(감독체제 개편과 관련해) 나에게도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민주노동당이 신용카드 사태와 관련, 이 위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것과, 전윤철 감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이 위원장의 여신감독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증폭되는 감독조직 개편 갈등

감사원은 지난달 16일 '카드 대란' 특감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정경제부ㆍ금감위ㆍ금감원으로 3원화돼 있는 금융감독 체계를 금감위 중심으로 통합할 것을 중장기과제로 제시했다.

또 정부혁신ㆍ지방분권위원회도 감독기구 개편방안으로 민간기구인 금감원의 기능을 대폭 줄이고, 공무원조직인 금감위의 권한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지난달 30일 '신 관치(官治)구상'이라고 규정, 박영규 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금감위는 공무원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어 금감원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 후임 위원장은 누가 될까

이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후임으로는 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정건용 전 산은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을 지낸 윤 전 이사는 올 초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입각할 때 금감위원장으로 거론됐고,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인수위원으로 활동해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는다는 점이 지적된다.

유 총재와 정 전 총재는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금융통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