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자동차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 승용차 판매량이 반기 기록으로 처음 1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산업용 대형 트럭 부문에서도 수입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8t 이상 수입 대형트럭은 스카니아1천985대, 볼보 1천35대, 만 190대, 이베코 162대, 벤츠 346대 등 모두 3천718대로전체 대형 트럭 판매량(1만5천703대)의 23.7%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대형 트럭 4대중 1대꼴이 수입차인 셈이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 97년만 해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대형트럭은 볼보 55대가 전부였고 시장점유율도 0.3%에 불과했다.

97년 이후 작년까지 6년간 수입 대형트럭 판매가 수량에서는 68배, 시장점유율에서는 79배로 각각 늘어난 것이다.

수입 대형 트럭 판매량은 98년 221대(점유율 7.1%), 99년 217대(4.4%), 2000년647대(9%)로 시장점유율 10%선을 밑돌았다.

그러나 2001년에는 1천697대로 대번에 점유율 21.4%까지 수직 상승한 뒤 2002년2천737대(19.8%), 2003년 3천718대(23.7%)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산보다 20-30% 비싼 수입 대형트럭이 이처럼 잘 팔리는 이유는 탁월한 성능을바탕으로 국산보다 훨씬 좋은 보증수리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이든 국산이든 대형 트럭의 보증수리 기간은 2년으로 동일하나 수입 브랜드가 주행거리 제한을 두지 않는 반면 국산은 4만㎞까지만 보증수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이나 장거리수송에 주로 투입되는 대형 트럭의 경우 한달 평균 주행거리가 1만㎞를 넘는다"면서 "결국 국산 트럭의 4만㎞ 보증수리 기간은3-4개월이면 끝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는 현대차, 대우상용차(현 대우타타상용자동차) 등 국산 브랜드들이무이자 장기할부, 인도금 유예 등 사실상의 할인판매 공세를 펼쳐 영토를 상당 부분되찾았다.

올 상반기 수입 대형트럭 판매는 1천555대에 그쳐 전체 판매량(8천455대)의 18.4%까지 점유율이 밀렸다.

한편 지난 97년 2만1천656대로 정점에 올랐던 국내 대형트럭 판매량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98년 3천108대로 주저 앉았고 2002년 이후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해 판매량(1만5천703대)은 아직 외환위기 직전의 7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교체 시기를 넘겨가며 버티던 수요가 한계점에몰리면서 대형트럭 판매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판매량이 외환위기 직전에 훨씬 못미치고 수입 브랜드들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이후 국내에서는 현대차[005380]와 대우상용차(옛 대우자동차 군산공장 상용차 부문)만 대형 트럭을 생산해왔는데 지난 2월 대우상용차마저 인도 타타그룹에 매각돼 현재는 현대차만 순수 국내 자본으로 대형트럭을 만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