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가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의 기본골격에 합의함으로써 우리 농업이 앞으로 대폭적인 시장개방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물론 이번에 합의된 원칙이 공산품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 전반에는 긍정적이다.

또 쌀 등 민감품목 지정은 재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세부협상과정에서도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농업개방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내년까지 이뤄질 후속협상에서 관세상한 설정,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 확대,개도국 지위 등 핵심사안의 결론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철저한 협상전략 마련과 농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특히 올해안에 어떤 식으로든 매듭져야 할 쌀개방 협상에서도 DDA협상의 후속 논의단계를 감안해 피해를 줄일 대책을 세우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개방이라는 농업환경의 중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쌀시장 개방에 대응한 정책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우리는 10년후 쌀개방을 약속한 후 60조원 이상을 농업구조조정에 투입했지만 오히려 농가 빚은 늘어났고, 농업경쟁력은 후퇴만 거듭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제 농촌직접보상 등 퍼주기식의 대책으로는 농업의 자생력만 잃게 할 뿐이란 것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농 육성 등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이고 내실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농민이 함께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들을 찾아내고 실행하기 위한 농정혁신이 시급하다.

농업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 규모의 이점을 살리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한다면 시장개방이 결코 겁낼 일 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