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이 잇따른 악재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난주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인 텔슨전자가 부도를 낸 데 이어 극동도시가스의 어음 위조 사고까지 터지자 사채업자들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채업체들은 특히 내년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5천만원 이상의 현금거래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되는 점을 들어 "돈 장사도 사실상 올해로 끝"이라며 파장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 '텔슨쇼크', 융통어음 거래 올스톱 =텔슨전자의 부도는 가뜩이나 위축된 사채시장을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명동 사채업체들이 코스닥 등록 기업을 상대로 하는 영업은 주식담보대출 어음할인 주금납입 등 세가지.

우선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전체 등록사(9백여개)의 10%선인 80여개사를 상대로 한 대출만 이뤄지고 있다.

사채시장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3백여개에 이르렀다"며 "부도위험이 워낙 높다 보니 대출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채시장이 취급하는 주식담보대출은 월이자율 3%, 취급수수료 3∼5%, 담보비율 50%의 고리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음 할인 업무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한 어음중개상은 "진성어음만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뿐 융통어음은 아예 쳐다보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어음중개상들 사이에서는 '40여개 회사가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이들 업체리스트를 기록한 '블랙리스트'마저 나돌고 있다.

"I사 D사 T사 등 부도 가능성이 있는 40여개 회사에 대해선 할인율이 아무리 높아도 어음할인을 해줄 수 없다"는게 어음중개상들의 얘기다.

특히 최근 극동도시가스 직원이 4백억원대의 자사어음을 위조한 사고마저 터져 어음 거래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밖에 하루 이틀 간 주금납입을 대신 해 주고 3%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주금납입 대출도 몇 차례의 금융사고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 내년이 더 문제 =사채업자들은 "내년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5천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는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 거래고객의 인적사항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한 명의 고객이 일정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로 나눠 5천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한 사채업자는 "사채시장은 거래를 담당하는 중개상과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구성돼 있다"며 "전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돈의 익명성인데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채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채시장이 사라지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