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2일 금융감독위원장에 전격 내정되자 금융계는 "강자(强者)가 왔다"며 술렁거리고 있다.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 중인데도 곧바로 후임자로 내정된 것은 금융시장 및 금융감독 기구 안정에 대한 윤 내정자의 '역할'에 그만큼 많은 기대가 걸려있다는 방증이다.

윤 내정자는 19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재직 당시 현 금감위와 금감원을 태동시킨 금융감독체계 개편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한 책임자였다.

김영삼 정부 초기 금융감독기구 통합문제가 논의됐을 때도 참여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런 경력을 들어 '금융에 정통하고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 '중량감있는 금융 전문가' 등의 평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옛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뚜렷한 자기 목소리와 함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펴온 점은 금융계를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윤 내정자가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쌍두마차'를 이뤄 강력한 금융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내정자를 잘 아는 한 은행 임원은 "전임 이 위원장이 시장기능과 자율을 존중했다면 윤 내정자는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을 챙길 것"이라며 "카드사 위기를 예로 든다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도 윤 내정자를 "ADB 이사와 재경원 금융정책실장 등을 지낸 대표적 금융전문가"로 평가하고 "금융감독 선진화와 금융감독시스템 개선 등 산적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를 전했다.

윤 내정자는 당면 최대의 현안인 금융감독 조직 개편과 관련,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혁신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제시방안대로 금감위 사무국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조직 중심의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윤 내정자는 2일 저녁 금감위 간부들을 서울 강남 팔레스 호텔로 불러 금융감독기구 개편, 신용불량자 및 중소기업 자금난 대책, 국민은행 회계처리 문제 등 업무 현안을 보고받고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모임은 저녁 6시30분께부터 저녁식사도 거른 채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윤 내정자가 이날부터 곧바로 업무를 챙기는 등 현안해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감독기구 개편 등의 과제해결이 한결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