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10년내 기술흑자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들의 국내투자는 급속히 줄어들고 해외투자는 괄목하게 늘었다.
특히 첨단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갔다.
이에 따라 국내 모(母)기업으로부터 해외 투자회사로의 기술이전은 기록적으로 증가한 반면 국내는 투자가 갈수록 줄어 기술도입 수요조차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외국인 직접투자 신규 건수는 아예 찾아보기도 어렵다.
한편 정부는 우리나라가 드디어 만성적 기술적자국에서 탈피,기술수출이 기술도입보다 많은 기술흑자국이 됐다고 밝혔다.
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 참여정부 들어 과학기술중심,국가기술혁신시스템 등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였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미국 외엔 기술흑자국이 없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임에도 언론은 산업공동화니 뭐니 부정적인 면만 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론 지금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이 두 가지 얘기를 동시에 듣게 될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국내경제 상황을 반영,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국내 설비투자를 줄였지만 해외투자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3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억달러에 비해 66% 증가했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투자여건이 좋은 아시아와 북미,유럽 등으로 공장을 속속 이전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44%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점 청와대에서는 국정과제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이른바 '국가기술혁신체계(NIS:National Innovation System)'구축.5대 혁신분야 30개 중점과제를 확정하고 범정부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목표가 뭐냐고 하니 경제성장의 60% 이상을 기술혁신이 기여토록 하고 기술무역 수지에서 10년 이내에 흑자를 내겠다고 한다.
10년내 기술무역 흑자국? 글쎄,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더 가속화되면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기술수출은 원천기술 자체를 외국기업에 수출한 것만이 아니라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간 거래도 엄연히 포함한다.
후자와 같은 계열거래를 제외하고도 기술흑자국인 미국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만큼 기술수출을 늘리는 지름길도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국내에서는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기술도입이 줄고 외국 기업도 안 들어오면 기술흑자국으로의 전환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은 기술흑자국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일본 내 생산현장 혁신 덕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핵심인 기술은 유출될까봐 특허등록조차 하지 않는 기업들도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이런 얘기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를 정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의 한 칼럼에서는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가 노조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고취시키지 못하는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할수록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전경련 주최 제주포럼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진 기업인들의 불만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창하게 국가혁신시스템이니 뭐니 떠들 것 없다.
'민간이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간접지원을 하고…'라는 식의 입에 발린 말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정말로 정부는 기업가 정신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그게 국가혁신의 시작이자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특히 첨단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갔다.
이에 따라 국내 모(母)기업으로부터 해외 투자회사로의 기술이전은 기록적으로 증가한 반면 국내는 투자가 갈수록 줄어 기술도입 수요조차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외국인 직접투자 신규 건수는 아예 찾아보기도 어렵다.
한편 정부는 우리나라가 드디어 만성적 기술적자국에서 탈피,기술수출이 기술도입보다 많은 기술흑자국이 됐다고 밝혔다.
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 참여정부 들어 과학기술중심,국가기술혁신시스템 등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였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미국 외엔 기술흑자국이 없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임에도 언론은 산업공동화니 뭐니 부정적인 면만 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론 지금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이 두 가지 얘기를 동시에 듣게 될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기업들이 불확실한 국내경제 상황을 반영,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국내 설비투자를 줄였지만 해외투자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3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억달러에 비해 66% 증가했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투자여건이 좋은 아시아와 북미,유럽 등으로 공장을 속속 이전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44%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점 청와대에서는 국정과제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이른바 '국가기술혁신체계(NIS:National Innovation System)'구축.5대 혁신분야 30개 중점과제를 확정하고 범정부적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목표가 뭐냐고 하니 경제성장의 60% 이상을 기술혁신이 기여토록 하고 기술무역 수지에서 10년 이내에 흑자를 내겠다고 한다.
10년내 기술무역 흑자국? 글쎄,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더 가속화되면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기술수출은 원천기술 자체를 외국기업에 수출한 것만이 아니라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간 거래도 엄연히 포함한다.
후자와 같은 계열거래를 제외하고도 기술흑자국인 미국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만큼 기술수출을 늘리는 지름길도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국내에서는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기술도입이 줄고 외국 기업도 안 들어오면 기술흑자국으로의 전환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은 기술흑자국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일본 내 생산현장 혁신 덕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핵심인 기술은 유출될까봐 특허등록조차 하지 않는 기업들도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이런 얘기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를 정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의 한 칼럼에서는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가 노조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고취시키지 못하는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할수록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전경련 주최 제주포럼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진 기업인들의 불만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창하게 국가혁신시스템이니 뭐니 떠들 것 없다.
'민간이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간접지원을 하고…'라는 식의 입에 발린 말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정말로 정부는 기업가 정신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그게 국가혁신의 시작이자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