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도시락이 기다려집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모양(10)은 오전 11시가 되면 대전시 서구 월평동종합사회복지관에 찾아가 언니(13) 여동생(6) 몫까지 도시락 3개를 받아온다.

아침은 건너 뛰고 점심 도시락을 나눠먹는 세 자매는 6년 전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아버지마저 몇 해 전 연락이 끊긴 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67)와 함께 정부보조금을 받아 어렵게 살고 있다.

할머니는 "애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끼니 걱정이 없지만 방학해서 집에 있으면 먹고 싶은 것도 못 사주고 식사 때마다 걱정이 된다"며 "그나마 복지관에서 점심 도시락을 주기 때문에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대전시내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 지원 대상 학생은 1만5천여명. 이들은 학교급식이 끊기는 방학이 싫다. 방학기간에 대전시로부터 점심식사 제공을 받는 아동은 8백71명,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점심을 해결하는 아동 5백명과 기타 도움을 받는 아동을 감안하더라도 상당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굶주리고 있다.

김양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모군(10)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사업이 부도난 아버지는 이군과 동생(6)에게 극약을 먹이고 동반자살하려 했으나 혼자 숨지고,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이군 형제는 연락이 끊긴 어머니를 기다리며 할머니(54)와 살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이군의 작은아버지마저 사업에 실패,사촌동생 두명(3·7)이 같은 집에 살게 돼 매일 점심 도시락 4개를 집으로 가져간다.

김종생 월평사회복지관 관장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동들은 그나마 생활하기가 수월하지만 소년·소녀 가장이나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동들은 점심도시락 한개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은 도시락 타러 오는 것도 꺼려 굶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는 아이들은 다행인데 외딴 곳에 살거나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아 굶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후원자는 줄어들고 도움이 필요한 아동은 늘어만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대전지역 학교급식 지원 대상은 지난해보다 3천여명이 늘었고,마사회의 도움을 받는 결식아동도 3백20명에서 5백명으로 부쩍 증가했다. 조미정 사회복지사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의 아이들이 불우한 환경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며 "최소한 정부에서 배고픔 만큼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