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3백45야드,그러나 결과는 패배.'

미국PGA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 4명이 편을 갈라 맞붙은 '브리지(외나무다리) 결투'의 승부는 장타력이 아니라 퍼트에서 결정됐다.

존 데일리(38)는 필 미켈슨(34)과 짝을 이뤄 최장 3백45야드에 이르는 장타를 선보였으나 정교한 퍼트가 돋보인 타이거 우즈(28)-행크 키니(29)조에 패하고 말았다.

자선기금 모금과 TV방송을 위해 '반짝 이벤트성'으로 마련된 이 대회는 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산타페의 브리지GC에서 18홀 매치플레이로 치러졌다.

네 선수는 모두 맘만 먹으면 3백야드 넘게 칠 수 있는 장타자들.

그러나 승부는 골프의 속성대로 그린에서 결정됐고 우즈-키니조가 2&1(1홀 남기고 2홀차로 앞섬)로 승리했다.

이긴 팀에는 1백만달러,진 팀에는 40만달러씩의 상금이 돌아갔다.

◆성적은 장타순이 아니다:이벤트대회 답게 네홀에서 '롱 드라이브 콘테스트'가 열렸다.

그 중 데일리가 세번,미켈슨이 한번 롱기스트를 차지했으나 미켈슨-데일리조는 패하고 말았다.

3번홀에서 데일리는 3백19야드를,우즈는 3백20야드를 날렸는데 우즈의 볼이 러프에 가는 바람에 데일리가 첫 롱기스트가 됐다.

데일리는 7번홀에서 우즈보다 무려 30야드가량 먼 3백45야드를 날려 두번째 롱기스트가 됐고 14번홀에서 3백41야드를 보내 장타에 관한한 아직 독보적 존재임을 과시했다.

16번홀에서는 세 선수의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바람에 미켈슨이 2백68야드를 보내고도 롱기스트가 됐다.

'포볼 매치플레이'(네 선수가 각자 볼로 플레이한 뒤 좋은 스코어를 팀성적으로 채택하는 방식)로 치러진 이날 이벤트대회에서 전반은 미켈슨-데일리조의 페이스였다.

12번홀까지 2up으로 앞선 것.그러나 우즈-키니조는 13번홀에서 우즈의 1.8m 버디퍼트 성공으로 1홀차로 따라붙은 뒤 역전의 실마리를 퍼트에서 찾았다.

이번에는 키니가 14,15번홀에서 각각 2.4m,3.6m거리의 버디퍼트를 넣으며 단숨에 역전한 것.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우즈는 16번홀(파5)에서 5번아이언으로 투온한 뒤 7.5m 이글퍼트를 성공,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스타일 구긴 '투어 장타왕':98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챔피언 키니는 투어 상금(1백2위)이나 세계랭킹(1백52위)에서는 다른 세 선수와 비교가 안될 정도지만,지난해 데일리의 '8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투어 최장타자가 된데 힘입어 이번 이벤트에 초청받았다.

'골프 황제' 우즈와 짝을 이루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내용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드라이빙 랭킹 1위(3백12.8야드)를 달리고 있는 키니는 이날 네번의 롱드라이빙 콘테스트에서 한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전반에는 단 한차례 페어웨이에 볼을 떨어뜨렸는데,그것도 우즈가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이언으로 티샷한 덕분이었다.

키니는 설상가상으로 9번홀(파5)에서 '못볼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

드라이버샷한 것이 심한 훅이 걸리며 1백80야드 나간데 그친 것.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