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올해 처음 실시한 '기금 존치평가'에서 현재 운용 중인 57개 기금 가운데 20개 이상은 빠른 시일내에 폐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절반 이상을 없애는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됐다.

예산처는 이번 연구결과를 이달 중 기금정책심의회를 거쳐 국무회의에 보고, 당정 협의와 국회 의결을 거쳐 연내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예산처의 '기금제도 정비 방안(잠정)'이라는 내부자료에 따르면 기술신용보증기금 여성발전기금 방위산업육성기금 등 22개 기금은 단기적으로 폐지하거나 비슷한 기금과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번 방안은 20여명의 대학 교수와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이 △복지노동 △산업과학 △교육문화외교 △연금금융 등 4개 팀으로 기금평가단을 구성,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조성일 기금평가단 단장(중앙대 교수)은 "명확한 사업목적이 없거나 다년간 지속될 이유가 없는 기금 가운데 자체 재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중심으로 통ㆍ폐합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그동안 신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구조와 관리 부실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기간 폐지대상으로 꼽힌 기금(22개) 중에서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 등 6개는 자체 수입 없이 정부 출연금이나 차입금에 의존한다는 점이, 국제교류기금 등 6개는 재원과 사업간 연계성이 적다는 점이 정리 이유로 꼽혔다.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10개는 유사 기금과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장기적으로는 이보다 10개 더 많은 32개 기금이 정리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게 될 경우 총 57개 기금 가운데 25개 기금만 살아남는 셈이다.

사학기금 외국환평형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은 장기적으로 사업을 폐지하고 쌀소득보전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은 예산활동(일반ㆍ특별회계)으로 돌려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예산처 관계자는 "기금마다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재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큰 틀에서 볼 때 상당수 정리하는게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나 기금 관계자들로부터 반발이 예상되지만 협의를 통해 기금정비 계획의 근본 취지를 살려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ㆍ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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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금이란

일반회계 특별회계와 함께 국가 재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예산으로 통칭되는 일반·특별회계와 달리 자금 운용에 상당한 융통성이 부여된다.

주무부처의 판단에 따라 전체 기금 한도의 30%까지는 세부항목별로 이동이 가능하다.

사회보험료와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은 현재 총 57개로 2004년 운용규모는 2백85조원에 달한다.

이 중 기금 고유의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은 73조3천억원으로 일반회계 예산규모(1백18조원)의 6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