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관리를 전담해온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KAMCO)가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공자금 집행관련 특별감사 결과 위법ㆍ위규 사실이 드러나 오명을 뒤집어썼다.

KAMCO는 검찰 수사에, 예보는 공기업 지방 이전이라는 이슈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30일 본사에서 때아닌 '경영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이례적이다.

최근 예보와 관련, 중요한 현안이 부상하고 있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예보 관련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는 금융감독기구와의 역할분담 문제다.

예보는 그동안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함께 금융안정시스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임해 왔다.

그러나 실제 금융안정망에서 예보의 역할은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기구 재편 논의에서 금감위 위상 강화가 향후 예보의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예보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예보 관계자는 "예금보험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당국의 무지와 회사의 소극적 대응이 논의에서 소외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게 직원들의 정서"라고 전했다.

이처럼 회사의 역할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회사가 통째로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공기업 지방이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직원들은 이에 대해 예금보험기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금융산업 중심지인 서울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부산 이전을 반대하면서도 상부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게 직원들 얘기다.

KAMCO도 심각한 상황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후 청와대가 연원영 사장 문책 의지를 밝혔지만 재경부 등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상당수 직원들은 "일할 맛을 잃었다"고 말한다.

한 직원은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수사까지 겹치자 직원들 사이에는 열심히 일하고 다치는 것보다 책임을 지지 않는 방법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선정을 둘러싼 내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고, 조직을 내부적으로 추슬러야 할 부사장 자리도 두 달간 공석으로 비워져 있다.

연 사장이 조직을 추스르고자 애쓰고 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역부족인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