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경제의 "거울"이라면 금융주,특히 은행주는 "나침반"으로 불린다.

금융(은행)은 경제의 "피"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은행주가 맥을 못추는 것은 내수불황 심화,수출경기 둔화 조짐 등 우리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우리경제가 "구조적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은행주에 대한 국내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있다.

그러나 증시 최대 "큰손"인 외국인들은 은행주를 오히려 사고 있다.

총체적 위기감에 짓눌린 국내투자자들의 시각으로 보면 분명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외국인들의 은행주 매수를 단순 '물타기'로 볼까,아니면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일까.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상승하는 외국인 지분율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지난 4월말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등 IT(정보기술) 관련주의 비중을 대폭 줄였다.

대신 은행주는 계속 사고 있다.

외국인의 은행주 순매수 금액은 지난 5월 1천1백70억원,6월 7백78억원,7월 1천5백53억원이었다.

8월에도 이틀간 3백4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주가가 떨어질수록 매수강도를 높여가는 추세다.

은행별로는 연초 73.2%였던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4월말 75.6%로 늘어난데 이어 8월2일 현재 77.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64.5%) 우리금융(6.19%)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역대 최고수준이다.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은 외국인의 '사자'에 힘입어 최근 열흘간 12% 급반등했다.

◆'경제 기초체력은 양호'

통상 경제에 이상징후가 생길 때 은행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환위기(1997년)가 닥치기 전 1996년말∼1997년이 그랬다.

이 때 은행주는 지금의 IT주를 능가할 정도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이었다.

경제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데다 유동성이 좋아 언제든 사고 팔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외환위기 낌새를 맡은 외국인은 은행주를 무더기로 처분한 뒤 한국을 빠져나갔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우리 경제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장기불황 구조로 빠져든다면 외국인은 이번에도 가장 먼저 은행주를 처분할 것"이라고 전제,"외국인이 은행주를 더 사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굳건하다고 믿고 있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SFB의 윤석 전무는 외국인의 은행주 매수세는 주가가 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무는 "극심한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상반기중 비교적 양호한 이익 모멘텀을 보여줬다"면서 "국내 은행들이 과거와 달리 경기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극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CSFB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12개월 적정주가를 각각 5만1천원(이날 종가 3만3천2백원)과 3만3천원(종가 2만2천8백원)으로 제시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