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숙종대부터 영조를 거쳐 정조에 이르는 1백50년여 사이는 우리 민족사에서 문화 경제적으로 유례가 드문 황금기였다고 한다.

흔히 진경문화시대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이 시기는 소중화(小中華)를 자임하면서 퇴계와 율곡의 사상과 학문을 더욱 발전시켜 중국의 주자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중국풍의 화풍을 벗어나 겸재의 진경산수화와 단원의 풍속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의 산하와 삶의 모습을 화폭에 담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자긍심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도 당시 유럽의 수준을 능가하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 주요원인은 농업 생산력의 증대에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과 일본 등을 연결하는 중계무역을 통해서도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개발연대 시기에 산업개발정책 못지않게 수출 드라이브정책과 해운정책에 힘을 기울여 가난으로부터 벗어났고 경제발전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와 유사한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이로써 물류산업의 진흥이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성공적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비행기로 3시간 반경 안에 무려 15억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에 충분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선 물류강국이 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현실은 너무나 빈약하다.

정부는 그동안 인천공항,부산항,광양항,고속철도,고속도로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물류인프라를 구축해 왔지만 아직도 국내기업들의 물류비는 매출액 대비 11.1%나 된다.

이는 미국기업의 9.17%,일본기업의 5.45%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물류산업은 기업규모면에서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대형 물류 전문회사라고 해도 연간 매출액이 2백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FEDEX나 UPS와 같은 글로벌 물류전문회사에 비하면 30분의 1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항공 해운과 같은 물류 운송수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육상 운송수단과 기반시설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가장 영세할 뿐만 아니라 육성정책의 뒤편에 머물러 있어 과감한 육성 지원책이 시급하다.

특히 공항 철도 항만과는 달리 터미널이나 물류기지 같은 육상 운송물류기반시설은 공공사회 기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민간부문에서 운영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가령 세제부문만 보더라도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개별 공시지가를 지속적으로 시가에 근접시켜 이들 사회기반 시설들이 부담하게 되는 종합토지세는 최근 매년 30% 가까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고정비 증가는 곧바로 물류비용이 느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비의 구성을 보면 운송비가 46.5%,보관 및 재고 관리비가 41.3%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대규모 토지보유가 불가피한 이들 민간부분의 운수물류기반시설에 대한 세제지원책이 물류비용 감소에 절대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 철도 민영화시대를 생각할 때 이들 시설에 대한 현행 세제는 민영화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고 물류비용 증가를 가속시키게 될 것으로 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물류비용이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물류비용보다도 비싸고 따라서 한국은 물류 때문에 국가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물류산업은 취약하기만 하다.

이제 정부의 물류 인프라 구축 노력과 민간물류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화하고 물류회사의 규모를 국제적 수준으로 키워가면서 물류의 보관 운송 하역의 전과정을 과학적으로 시스템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물류강국이 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는데 지혜를 모을 때다.

물류산업이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 국가가 되고 세계의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는 전략산업인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물류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