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고려대 총장 president@korea.ac.kr>

얼마 전에 '한·중 21세기 포럼'이 있어서 공동 주최측인 베이징의 인민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신축한 대규모 체육관과 중국대학 중에서 단일 건물로 가장 규모가 큰 3만평의 연구소를 둘러보았다.

지난 88년 방문 때 봤던 중학교용 책걸상과 흑판이 있던 강의실과는 딴판이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1년에 새로 만들었다는 5m 정도 되어 보이는 공자상(像)이었다.

인문과 역사를 숭상하는 대학 캠퍼스에 공자나 맹자 상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러나 인민대학은 공산당원을 교육시키기 위해 마오쩌둥이 설립한 대학이라는 사실을 반추하면 역사의 흐름을 실감케 만든다.

중국은 변했다.

한국보다도 더 자본주의 국가가 됐다.

외국인들의 재산권까지도 인정하고 있다.

가장 많은 해외직접투자를 받아들이는 국가다.

누적 투자액이 5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선 기업 투자가 없어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둥지역에는 8천개가 넘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싼 인건비와 안정적인 노사관리를 배경으로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복부인'들이 상하이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을 지경으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이 기대되는 '희망의 땅'이다.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고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실업을 해소시키고,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2020년에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고 한다.

중국이 만일 40년 전부터 지금처럼 개방경제를 추구했다면 한국의 경제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대화는 수출주도 경제성장 정책에서 시작됐다.

섬유 가발 합판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시작된 한국 수출은 그 당시 인구 8억명이 넘는 중국의 싼 노임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국경제 발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도 있겠지만,마오쩌둥의 쇄국정책 덕분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박정희식 수출위주의 개방경제 지향으로 소득 1만달러 시대를 성취한 한국 경제는 방향타를 잃고 헤매고 있는 듯하다.

요새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보면 혹시나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흠모하고 있지는 않나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