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명인사의 아들이 추천한다는 이유로 사업 전망도 따지지 않고 '묻지마식 투자'를 한 뒤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됐다면 투자 권유자에게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김이수 부장판사)는 4일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아들 정훈씨 말만 듣고 한모씨가 주관하는 카지노 사업에 투자했다 돈을 모두 날린 이모씨(46)가 정훈씨를 상대로 "투자금 3억원과 대여금 3천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피고는 대여금 3천만원만 반환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3억원에 대해서도 절반인 1억5천만원을 정훈씨가 이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투자권유 과정에서 투자에 관한 사전 조사를 소홀히 하는 등 경솔하게 투자를 권유한 면은 있지만 피고 역시 1억5천만원의 손실을 본 점을 감안할 때 원고에게 허위의 사실을 알리는 등의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수수료를 받고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상담사도 아닌 이상 증권사나 투신사에 준하는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원고는 피고가 김운용씨 아들이라는 점만 보고 사업 전망과 위험성 등을 조사하지 않고 경솔하게 투자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훈씨는 지난 2000년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원고에게 "원금 손실은 없으며 월 3%의 수익이 난다"며 함께 투자할 것을 권유,이씨는 구체적인 사업 전망 등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3억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잃자 소송을 제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