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4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정체성' 논쟁을 벌였다.

박 대표는 이날 신임인사차 염창동 당사를 방문한 윤 장관에게 "국가정체성,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책을 맡게 돼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국가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국방 본연의 의무"라고 말문을 열었다.

윤 장관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박 대표가 '정체성'을 언급하자 다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저도 청와대에 근무했는데,국가 정체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국방부에 와서도 헌법을 수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에대해 박 대표는 "정체성 문제가 뜬구름 잡듯이 어느날 갑자기 나온게 아니다"며 "간첩으로 복역한 자가 군장성을 조사하는데,이런 문제를 두고 어떻게 안보와 헌법수호 의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있나"라고 따졌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윤 장관은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말씀을 하시는데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논쟁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한편 여야간 '국가 정체성' 논란이 원색적인 비난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헌법을 지키지 못하면 대한민국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미경 의원은 "헌법을 가장 흔든 사람은 박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인데 박 대표가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헌법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의원은 "박 대표가 정수장학회 조사문제를 놓고 독재라고 했는데,제3공화국과 박 전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독재로 규정돼 있다"며 "참여정부를 독재체제로 몰아세우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은 뜬금없이 경제 살리기를 들먹이며 정체성 문제는 '신색깔론'이라고 음해하고 있다"며 "헌법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당내에 설치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