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급락한 것은 잇달아 불거진 악재보다도 채권단 보유 물량이 싼 값에 흘러나오면서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채권단이 장외시장에서 하이닉스 보유 주식을 시장가격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기관투자가들에 대량으로 넘기고 이를 사들인 기관들은 장내시장에 되팔아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금융회사인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과 29일 하이닉스 보유 주식 1천만주를 장외에서 그린화재 등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하이닉스 지분율은 12.1%에서 9.9%로 줄었다.

매각 단가는 6천6백74원으로 4일 종가보다 24% 정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보유 물량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는 것은 채권단 자체 결의에 따라 오는 2006년까지 장내 매각이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회사들은 하이닉스의 감자 및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재 81.40%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장내 매각을 못하는 대신 장외에서는 일부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돼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채권단 보유 물량 중 장외에서 매각 가능한 물량은 현재 총 발행 주식 수의 30% 정도인 2억5천만주로 추산된다"며 "우리은행 외에 다른 은행 보유 물량도 언제든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중국 반도체공장 설립 기대감으로 7일간의 급락을 마치고 3.17% 반등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