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반도체메이커인 ST마이크로가 하이닉스반도체가 추진 중인 중국공장에 5억달러를 출자키로 한 것과는 별도로 하이닉스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 위해 2억달러를 투자한다.

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ST마이크로는 채권단을 제외하면 하이닉스의 최대 주주가 된다.

하이닉스와 ST마이크로는 또 5일 채권단이 서면결의를 통해 중국공장 합작을 승인하는대로 빠르면 12일께 중국 정부-하이닉스-ST마이크로가 참여하는 3자간 투자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4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ST마이크로가 하이닉스 중국공장에 합작키로 한 것과는 별도로 하이닉스 본사에도 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CB의 전환가격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ST마이크로는 6∼7% 상당의 하이닉스 지분을 갖게 된다.

◆자본제휴 왜 하나

ST마이크로의 하이닉스 CB인수는 채권단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의 사운을 걸고 추진하는 중국 생산법인 건설을 성공시키려면 단순한 해외공장의 합작 차원을 넘어 보다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이닉스와의 합작을 통해 D램과 낸드형 플래시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ST마이크로도 최근 하이닉스의 수익력이 높아지면서 미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자 CB 인수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ST마이크로는 시스템 LSI 전문 기업이지만 디지털 기기의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조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 채권단이 하이닉스 지분(81%) 매각에 나설 경우 기존 주주로서 경영권 향방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 역시 채권단의 신규지원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2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ST마이크로와의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채권단,중국진출 승인할 듯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제출한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중국생산법인 설립계획을 채권단 협의회 안건으로 상정,5일까지 서면결의를 끝내기로 했다.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의 금융회사가 찬성해야 결의가 이뤄진다.

당초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은행들이 최근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최종 승인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상계관세 부과 압력을 회피하고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하이닉스의 명분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면결의에 회부된 안건 설명서에 따르면 △하이닉스가 현물을 포함해 총 5억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현지금융회사는 7억5천만달러를 장기 시설자금으로 빌려주고 △ST마이크로는 5억달러를 현금 투자해 2백mm 및 3백mm 웨이퍼 라인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돼있다.

2백mm 웨이퍼 라인의 경우 우시 지방정부가 토지와 공장을 설비이전이 가능한 수준만큼 임대해 주고 ST마이크로는 현지법인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하도록 돼 있다.

또 중국 현지 금융회사들은 1억달러를 지원하고 하이닉스는 생산설비 2억달러어치와 현금 1억달러를 지분투자하게 된다.

3백mm 웨이퍼 생산공장에는 ST마이크로가 3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현지금융회사들도 6억5천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경우에 한해 하이닉스도 2억달러를 보태게 된다.

채권단은 또 지난해 결의했던 미국 유진공장(HSMA) 매각계획을 철회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투자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채권단회의 안건으로 채택했다.

조일훈·김인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