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로봇'은 기계에 불과한 로봇이 엄청난 데이터 축적에 의해 자체적으로 진화돼 인간을 지배하려 든다는 가정을 다뤘다.

어쩌면 이런 미증유의 세계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실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인간의 삶을 바꾸어 왔다.

현대과학의 최고 산물중 하나인 인터넷을 이용,실시간 편집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이하 위키)가 오랫동안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여겨져온 브리태니커 웹사이트(www.britannica.com,연간 이용료 6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위키피디아는 '빨리'라는 하와이 말 위키(Wiki)와 백과사전(encyclopedia)의 줄임말인 '피디아'(pedia)의 합성어.종이백과사전의 경우 제작기간이 길어 출간 즉시 '죽은' 내용이 실리거나 편집진의 성향에 따라 시각이 편향될 수 있는 만큼 전세계 네티즌들의 지식을 모아 살아있는 사전을 만든다는 게 취지다.

2001년 1월 15일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에 의해 영어권 서비스가 시작된 위키의 4일 오전 현재 수록 내용은 브리태니커의 3배가 넘는 31만8천4백91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사실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수록내용은 계속 늘어난다.

실제 위키는 초기화면에 '오늘의 소사' '시사 뉴스' '달라진 것'을 게재,그날의 역사와 수정된 사항 등을 전한다.

8월4일의 경우 1914년 같은 날엔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함으로써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고,44년엔 게슈타포에 의해 안네 프랑크 가족이 체포됐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문제는 내용의 정확성 여부다.

'위키미디어 재단'(대표 지미 웨일스)에 소속된 1천명 이상의 자원봉사 편집진이 내용의 사실성과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증한 뒤 올린다지만 전문적이고 생소한 분야의 정보는 확실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보는 나눌수록 커진다'는 취지로 소스를 공개하는 리눅스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곤 해도 누군가 애써 쌓은 지식이 하루아침에 공개됨으로써 받게 될 지식재산권 침해와 원래 뜻과 달리 주이용자 중심으로 편집될 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종이백과사전의 시대는 가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이지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