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이 휴대폰 업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3년내 '글로벌 톱10' 진입이라는 당찬 목표를 내걸고 나라 안팎에서 업체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안으로는 벨웨이브 등 중견 휴대폰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하고 있고,밖으로는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과 남미 시장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SK텔레텍은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의 몰락으로 구조조정에 휩싸인 중소·중견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구원의 백기사'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팬택계열 등 대형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비스 업체(SK텔레콤)의 '제조업 겸업'은 공정경쟁을 해치고 시장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텍의 몸집 불리기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텔레텍은 조만간 중국 휴대폰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중국 신장에 있는 천지그룹과 공동으로 합작사를 설립해 현지 라이선스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중이다.

중국에서 휴대폰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초 합작사가 직접 라이선스를 획득할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3자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 진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SK텔레텍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해외에서 다질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한창 진행중인 인수합병(M&A)건이 성사되면 덩치는 더욱 커진다. SK텔레텍은 최근 벨웨이브 실사를 끝냈고 다른 유망 업체들도 인수 후보로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텍의 매출은 6천2백93억원. 유럽형 이동통신(GSM) 단말기 전문업체인 벨웨이브의 매출은 4천1백억원이었다. 벨웨이브를 인수하고 나면 SK텔레텍은 매출이 1조원대로 커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에 이어 국내 '빅4'로 도약한다.

특히 벨웨이브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데다 영업이익률이 10%대인 우량업체인 만큼 해외 무대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과 팬택이 SK텔레텍의 몸집 불리기에 대해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내심으론 해외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는 점을 더 우려한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SK텔레텍은 '수출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장을 교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수 기반 없이 해외로 나간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SK텔레텍은 현재는 정부 규제를 받아 SK텔레콤에 연간 1백20만대 이상은 공급할 수 없지만 2006년에 규제가 풀리면 얼마든지 '파이'를 늘릴 수 있게 된다.

휴대폰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텍이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으면 국내시장을 어렵지 않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대폰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벌이게 하려면 서비스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휴대폰 유통망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