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신과 논쟁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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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권위있는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국제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치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가 이 신문에 반박문을 기고했다.
지난 4일 FT에 실린 한승희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장의 '한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회생'이란 제목의 기고문이다.
그는 "FT가 진보적 정부와 보수적 야당간의 사상적 균열이 심화돼 한국 사회와 경제의 진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한 건 오해"라며 글을 시작했다.
"일천한 민주주의 역사를 감안하면 한국에서 여야간 갈등과 타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런 불협화음은 실제론 합의를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FT가 한국의 여당이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경제정책에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은 없다"고 강변했다.
FT가 지난달 29일자 신문에서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가며 "안정적인 관료 통제하에 있는 한 한국내 정쟁을 무시해도 된다고 믿던 외국투자자들의 태도가 최근 한국 정치지형의 급진적 변화로 도전받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대놓고 '그건 틀렸다'고 반박한 것이다.
지난달엔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증권이 "한국 정치권의 좌편향이 경제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데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직접 찾아가 따지고 사과를 받아냈다고 발표까지 했었다.
FT의 보도나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맞냐 틀리냐는 나중 문제다.
옳고 그르냐를 떠나 더 중요한 건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 언론과 투자자들의 그같은 시각이 지금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그건 과장이고 오해'라며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정부와 여당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외국 언론과 투자자들이 왜 그같은 인식을 갖게 됐는지 원인을 겸허히 분석하고 스스로 태도를 가다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지난 97년11월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월스트리트저널 FT 등 해외 언론에 당시 재정경제원이 일일이 반박문을 보내며 우기다가 결국 신뢰도 잃고 며칠후 '진짜 위기'를 맞았던 아픈 과거를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지난 4일 FT에 실린 한승희 재정경제부 경제홍보기획단장의 '한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회생'이란 제목의 기고문이다.
그는 "FT가 진보적 정부와 보수적 야당간의 사상적 균열이 심화돼 한국 사회와 경제의 진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한 건 오해"라며 글을 시작했다.
"일천한 민주주의 역사를 감안하면 한국에서 여야간 갈등과 타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런 불협화음은 실제론 합의를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FT가 한국의 여당이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경제정책에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은 없다"고 강변했다.
FT가 지난달 29일자 신문에서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가며 "안정적인 관료 통제하에 있는 한 한국내 정쟁을 무시해도 된다고 믿던 외국투자자들의 태도가 최근 한국 정치지형의 급진적 변화로 도전받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대놓고 '그건 틀렸다'고 반박한 것이다.
지난달엔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증권이 "한국 정치권의 좌편향이 경제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데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직접 찾아가 따지고 사과를 받아냈다고 발표까지 했었다.
FT의 보도나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맞냐 틀리냐는 나중 문제다.
옳고 그르냐를 떠나 더 중요한 건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 언론과 투자자들의 그같은 시각이 지금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그건 과장이고 오해'라며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정부와 여당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외국 언론과 투자자들이 왜 그같은 인식을 갖게 됐는지 원인을 겸허히 분석하고 스스로 태도를 가다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지난 97년11월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월스트리트저널 FT 등 해외 언론에 당시 재정경제원이 일일이 반박문을 보내며 우기다가 결국 신뢰도 잃고 며칠후 '진짜 위기'를 맞았던 아픈 과거를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