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나 높은 대지로 둘러싸인 분지(盆地)형 도시인 전북 전주가 그간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도시로 알려진 대구를 밀어내고 `찜통도시'가 됐다.

6일 전주와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일 무더위가 계속된 이달 들어전주의 낮 최고기온은 평균 34.9도로 대구(33.1도)보다 2도 가량 높았고 이 기간일 평균 기온도 대구는 27.4도에 머문 반면 전주는 28.8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가 1.4도가 더 높았다.

전주는 또 지난 2001년과 2002년 여름철 최고기온이 대구보다 각각 0.6도와 0.9도 높은 30.6도와 31.4도로 전국에서 가장 더운 것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전주가 대구보다 무더워지고 있는 것은 급격한 도시화로 산림이 크게 훼손돼 녹지대가 점차 사라지고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등 개발 일변도의 도시계획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최근 5년 동안 전북지역에서 택지와 농지개발, 공장용지 및, 도로 시공 등으로총 3천931㏊의 산림이 사라졌고, 이는 전주지역 산림 전체 면적 6천568㏊의 60%에해당된다.

지난 1996년 대구시는 도시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 3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운동을 전개했으며 전주시도 200만 그루 심기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푸른 도시 가꾸기 예산 투입을 보면 대구시는 431억원이었으나 전주시는 고작 28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대구시의 여름철(7-8월) 낮 최고기온은 점차 내려갔으나 전주시는 대구시보다 매년 1-2도 높은 35도 안팎을 기록했다.

또 전북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전주시는 90년대 후반부터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풍향을 차단, `열섬현상'을 부채질했다.

전주시는 97년 삼천동에 20층 규모의 W아파트의 건립을 승인한 데 이어 2000년H아파트(19층) 등 삼천 주변에 20여개가 넘는 아파트촌을 건설했고 전주천 주변에도40여개의 대형 아파트를 건립했다.

이밖에도 전주시의 차량 등록대수도 지난 93년 7만7천여대에 불과했으나 10년만인 2003년 19만대를 돌파, 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전주는 차량증가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각종 건축물의 급증으로 인근 익산이나 군산 등 도시와 는 달리 뜨거운 대기가 섬 모양으로 덮여 있어 뜨거워진 공기나 지표면이 밤에도 잘 식지 않는 열섬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인환 전북도 산림연구소장은 "전주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개발에 치중, 상대적으로 녹지보전과 확충에 소홀했다"면서 "도심지역의 녹지공간 잠식의 폐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창환 전북대(지구환경과학과)교수도 "도심의 통풍을 가로막는 무분별한 도시계획은 수정돼야 한다"면서 "나무 심기, 분수대와 인공습지를 설치, 자가용을 덜 타기 등 민관이 도시의 기온 낮추기에 적극 동참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