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개통 효과를 노리고 충남 천안.아산지역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주택건설업체들이 최근 깊은 시름에 잠겼다.

지난 상반기 아파트 분양에 나섰던 업체들이 줄줄이 미분양 사태을 겪는 것을 지켜보고도 예정된 공급을 무작정 미룰 수 없어서다.

특히 2~3년 전 이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역전세 대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예고된 미분양 행진

천안·아산지역에선 올 상반기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뤘다.

아산의 경우 상반기 중 7개 업체가 5천1백28가구를 공급했다.

천안지역에서도 7월까지 9개 업체가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아산지역에서는 상반기 공급된 단지 중 대부분이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또 업체들은 초기계약률이 70% 이상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30∼40%대인 업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공급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산에선 하반기에도 9개 업체가 7천6백43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탈출구 안보여

천안·아산지역 분양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은 것은 청약률과 계약률을 끌어올렸던 가수요가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한 데다 분양가(천안지역)마저 비교적 비싼 평당 6백만원에 육박해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선 지역 실수요자들까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급과잉인 상황이어서 서둘러 분양받으려고도 않는다.

실제로 2∼3년 전 집중 공급된 1만가구 정도의 아파트들이 올들어 줄줄이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천안지역에선 전셋값과 매매가가 급락하고 있다.

천안 쌍용동 등의 전셋값은 올 들어서만 최고 5천만원 정도 추락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최고 인기주거지역인 천안 불당지구의 매매가도 최근들어 2천만∼3천만원 떨어졌다.

지역 실수요자들은 아산신도시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아산신도시 25.7평 이하 분양물량의 경우 원가연동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입지여건도 뛰어나고 도시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지역 실수요자들이 신도시 주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서 눈길을 떼는 가장 큰 이유다.

9월 중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인 D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가수요자들을 끌어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마땅한 유인책을 찾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며 "고속철 효과를 과신해 주택공급 업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공급과잉 상태를 만든 게 위기의 이유"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