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에 헤지펀드 등 투기꾼들이 몰리면서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재미를 못본 투기꾼들이 유가의 추가 상승에 베팅,원유를 대량 매입하면서 유가가 시장 펀더멘털 이상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뉴욕 타임스는 5일 "헤지펀드와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원유시장에 몰리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미친 유가는 투기꾼들 때문"

미국 상품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과 옵션 계약의 총 규모는 지난 6월 중순 기준으로 전년 대비 32.7%(2백66억달러)나 증가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투기세력,특히 헤지펀드 자금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레먼트캐피털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올 1분기 3백81억달러가 헤지펀드에 신규 유입됐다.

이 가운데 국제 정세 흐름과 지정학적 요인에 대한 투기로 수익을 거두는 매크로펀드에 55억달러가 유입됐으며,선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39억달러가 흘러들어갔다.

뉴욕 타임스는 양 펀드 모두 선물과 옵션 거래를 이용해 유가 움직임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제임스 버카드 케임브리지 에너지리서치연합의 원유시장분석팀장은 "투기꾼들이 직접 원유가격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펀더멘털 이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분석가들에 따르면 지난 5월 원유 재고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 등으로 원유 선물 가격이 오르자 투기꾼들이 원유를 사재기 시작,원유가격을 밀어올리면서 투기꾼들을 더욱 끌어들이고 있다.

트레이더와 분석가들은 현재 2백개 정도의 헤지펀드가 에너지 시장에서 상당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보이는 일부 연금들도 원유 선물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50달러 가도 오일쇼크 없을 것"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투기세력들 때문에 단기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급등한 만큼 일단 헤지펀드들의 정서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유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며 배럴당 50달러를 새로운 심리적 저항선으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오하이오주 커널 윈체스터의 원유거래자문가 플로이드 업퍼맨은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저지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현 유가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배럴당 50달러선을 용인하는 시장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돌파하더라도 이를 오일쇼크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사우디 원유시설이 테러 공격을 받아 석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를 촉발하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현 유가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란·이라크전이 벌어지고 있던 지난 81년 당시 미국 정유업체들에 공급됐던 평균 유가는 배럴당 35.24달러로 현재 가격으로 치면 72.61달러"라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