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대주주인 서울증권이 최근 국내증권사 인수전에 잇따라 참여,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측은 '영업력 강화'를 그 이유로 내세우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소로스 펀드의 과거 행적을 이유로 '고도의 자본회수 전략'일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 잇단 눈독

서울증권은 현재 SK증권과 대한투자증권 인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증권의 경우 2대주주인 SK네트웍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이 회사 보유지분인 14.3%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SK그룹이 보유한 전체 지분(50.8%)도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투증권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영국계 PCA금융그룹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으며 10% 정도의 인수대금을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증권은 앞서 지난 5월에는 LG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영업 확대' vs '자본 회수'

서울증권 관계자는 "MOU 조건상 세부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영업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증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집 불리기'가 시급한 상황이란 얘기다.

실제 서울증권은 지난 99년 소로스 펀드에 인수된 이후 증권사의 주수입원인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이 1.60%에서 지난해는 0.84%로 떨어졌다.

순이익도 1천4백31억원에서 25억원으로 급감했다.

소로스 펀드로 넘어간 뒤 매년 실시되던 현금배당이 지난해 중단된 것도 실적악화가 주요인이었다.

그러나 서울증권이 SK증권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약 3%로 높아져 업계내 위상이 2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지점 수도 지난 5월말 기준으로 38개에서 89개로 확대돼 대형사와 비슷해진다.

하지만 서울증권의 이런 행보가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로스 펀드의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영업확대보다는 덩치를 키운 뒤 매각 등을 통해 자금회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로스 펀드가 배당과 지분매각 등의 방법으로 서울증권 인수에 투자한 자금(6백75억원)중 77%인 5백20억원 가량을 이미 회수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인수여력 있나

서울증권의 인수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증권은 지난 3월말 현재 약 3백7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을 독일계 회사에 9백47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서울증권이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1천3백억원 정도에 달한다.

이에 반해 6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SK그룹 보유지분을 전량 인수해도 1천억원이면 충분하다.

대투증권의 경우도 서울증권이 부담해야하는 몫은 5백억원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수가격이 막판 변수다.

이날 현재 SK증권의 PBR(주가÷주당순자산)는 0.92배로 업계 선두권인 삼성증권(0.75배),LG투자증권(0.59배),대우증권(0.53배) 등보다 높다.

서울증권이 SK증권주가가 고평가됐다며'가격인하'를 요구할 경우 인수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