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스티로폼 제조업체인 부천수지(대표 이형철)공장.이 공장내 발포실 한 켠에는 스티로폼 원료인 EPS(발포 폴리스틸렌)를 담은 포대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회사의 김상원 관리이사는 "올초만 해도 이 곳에 EPS 포대가 가득 놓여 있었으나 현재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일감 부족과 EPS 가격 급등 등으로 원료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EPS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다"고 푸념한다.

이 회사는 스티로폼의 주원료인 EPS를 LG화학과 신호유화로부터 공급받는다.

EPS가격은 1년전만 해도 t당 1백1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유가 급등여파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공급받는 가격은 1백80만원.지난달에만 40만원 가까이 올랐다.

김 이사는 며칠 전 공급사로부터 팩스를 다시 받았다.

유가 급등세로 인해 EPS 가격을 8월 중순부터 20만원 더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김 이사는 "EPS를 t당 2백만원에 산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겁난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월 5백t의 스티로폼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1년전만해도 생산설비를 완전가동해 한때는 월 6백t까지 생산했으나 현재 생산량은 2백50t 수준이다.

이 회사는 생산제품의 50%를 대형 건설회사에 공급한다.

EPS 가격 폭등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형철 대표는 "EPS 가격이 올라도 건설회사들에는 계약당시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며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규계약에서 EPS 가격 상승으로 스티로폼 가격을 올리려고 하면 건설회사들은 계약 자체를 미루고 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 때문에 일감마저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공장의 생산인력은 지난 3월말 27명에서 지금은 17명으로 줄어들었다.

생산설비도 1년전만해도 하루 24시간 완전가동하다 지난 4월부터 12시간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1주일에 2∼3일은 겨우 6시간만 돌리고 있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때도 요즘처럼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직후 환율이 요동칠때 EPS 가격이 1백60만원대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t당가격이 2백만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일감마저 별로 없고 완제품 가격 인상도 힘들어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인력감축 등 경비절감을 위한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가격으로 수지를 맞추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대표는 "현재 대다수 플라스틱 중소업체들의 상황이 우리 회사와 비슷하다"며 "수익을 내기는 커녕 적자폭을 줄여 살아남는게 가장 큰 과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올들어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급등 등으로 플라스틱제품 업체들 가운데 이미 문을 닫았거나 가동중단에 들어간 기업이 전체 플라스틱업체 7천여개 중 약 5%에 달하는 3백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라스틱연합회는 정부에 플라스틱 제품업계의 위기해소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키로 했으며 이를 촉구하기 위해 전체 플라스틱제품 업체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또 원료생산 대기업과 제품생산 중소기업 유관단체 등이 참여하는 '플라스틱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는 원료의 원가공개와 함께 원유가격과의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동공단(인천)=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