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 피면 앵두바람/살구꽃 피면 살구바람/보리바람에 고뿔 들릴세라/황새목 둘러주던 외할머니 목수건.'

박용래의 시 '앵두,살구꽃 피면'은 봄바람에 감기 걸릴까 수건으로 외손자 목을 감싸주는 할머니의 마음을 보여준다.

감기는 서양의학에선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지만,한의학에선 인체의 바른 힘인 정기(正氣)와 외부환경인 육기(六氣,온도 습도 등)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병으로 본다.

어쨌거나 일교차나 내외부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 잘 걸리고 몸이 약해지거나 피곤하면 더 잘 걸린다.

흔히 감기엔 '약이 없고 그저 푹 쉬면서 잘 먹고 땀을 흠뻑 내면 된다'고 하고 실제 며칠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목 아프고 기침 나고 콧물 흐르고 온몸이 쑤시면 참기 어려운데다 무조건 쉬는 것도 용이하지 않은 만큼 약을 먹는다.

그것도 목감기 기침감기 콧물감기 몸살감기에 죄다 듣는다는 종합감기약으로 들이킨다.

이런 마당에 국내 시판 감기약 상당수에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있다고 보고된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 포함됐다고 한다.

PPA는 콧물 증세 완화용 혈관수축제.오랫동안 감기약 성분으로 쓰였지만 지난 96년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낮긴 해도 출혈성 뇌졸중 발병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한 뒤 국내에서도 200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사용중지 권고를 내렸는데도 많은 업체들이 계속 생산,판매해 왔다는 얘기다.

방사선은 발견 초기 인체에 좋은 걸로 여겨져 발견자 퀴리부인조차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백혈병에 걸렸다.

심장질환에 좋다는 아스피린 역시 4세 미만 어린이에겐 심한 구토와 위장장애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지는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의 주범일 수 있다고 한다.

약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경우 이처럼 부작용이 나중에 알려지거나 사람에 따라 예기치 못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 발견된 뒤의 태도와 조치다.

비록 적은 가능성이라도 사람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고 해당 약품이나 물질을 빨리 판금 혹은 회수함으로써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의약품의 경우 무엇보다 엄격한 관리 기준으로 다뤄야 한다는 건 새삼 강조하기 무색한 상식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