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ㆍ합병(M&A)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등 부가가치가 높은 국내 기업금융(IBㆍInvestment Banking) 시장을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특히 M&A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80%를 독점하며 국내 증권사들을 '들러리'로 내모는 양상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성사됐거나 진행 중인 10건의 대형 M&A(매각대금 기준 5천억원 이상)중 국내 증권사가 단독 주간사를 맡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삼성증권이 주간사였던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공개매수를 제외하면 한투ㆍ대투 매각, 우리금융 미 주식예탁증서(ADR) 매각, 예금보험공사의 하나은행 지분 매각 등 초대형 거래는 외국계가 모두 독식했다.

하반기에 진행될 1조원대 규모의 진로 매각은 물론 대우종합기계 대우건설 현대오토넷 등 20여건의 중ㆍ대형 M&A도 외국계 투자금융회사간 유치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국내 M&A 시장은 연간 35조∼37조원(매각대금 기준) 규모이며 외국계 증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들어 80%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M&A 중개 수수료를 매각대금의 1%로 잡을 경우 총 수수료 수입중 연간 2천8백억원 이상이 외국계 증권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점유율 10위사를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로는 삼성증권이 유일했으며 JP모건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대형 외국계 회사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외국계 증권사는 M&A 외에 기업구조조정이나 공기업 민영화 시장도 사실상 석권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IPO 채권발행 주식위탁매매시장도 무섭게 잠식해가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다.

올해 최대규모 IPO였던 LG필립스LCD의 미국DR매각 주간업무를 모건스탠리와 UBS가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증권사의 텃밭인 주식위탁매매시장에서는 외국계 점유율이 최근 3년새 두배로 급증, 지난해말 10%를 넘어섰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제1금융권이 외국계 손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투자은행 업무마저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금융주권 상실이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종태ㆍ주용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