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이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방문 이유는 하루 전날 발표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대해 기자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

그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가 '완연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데 기사는 왜 '경기악화 우려'라는 식으로 나가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전년동기 대비로 증감률을 따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고 수치를 객관적으로 해석해달라는 요청도 곁들였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 발표된 '서비스업 활동동향'은 재경부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소매업 판매가 4개월만에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지만,서비스업 활동동향에는 소매업이 '17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돼있던 것.

통계청은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판매액을 기준으로 소매업 지수를 산출하지만 서비스업 활동에서는 판매액에서 중간투입재를 제외한 영업이익 등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소매업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체들이 장기화되는 경기불황에 시달린 나머지 재고처분이나 자금회전을 위해 물건을 값싸게 팔아치워 소매업 판매가 약간 늘어난 것일 뿐,경기가 좋아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매업계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재경부의 주장은 오히려 통계수치를 피상적으로 해석한 '착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월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3년7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는데도 재경부 고위 관계자들은 "심리지표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퉁명스런 반응만 쏟아냈고,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통계수치의 착시 현상을 없애기 위해 통계 기준을 '전년동월 대비'에서 '전기 대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한다면 진실은 가려진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데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괜찮다"고 되풀이 강조했던 외환위기때 정책당국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경부는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들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