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디플레 조짐마저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재정확대론과 감세론으로 맞서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회생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촉구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가 마련 중인 1백30조원 수준의 내년도 예산 규모로는 경제 활성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본다"며 "가장 적극적인 경기 대응책은 정부의 재정정책이므로 내년 예산 규모를 더 확대하도록 정부측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늘어나는 예산액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정부 및 기업체의 연구개발(R&D) 활동,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에 집중 투입해 내수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내년에는 정부 예산안 보다 4조원 많은 7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예산을 확대 하자는 입장이다.

이같은 여권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책 없는 재정 확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라며 즉각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정부가 방만한 재정 운영을 계속할 경우 오는 2008년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 97년 50조원의 약 4.7배인 2백37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재정 확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의욕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재정확대 대신 △중소기업에 대해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 면제 △생산주체 우대를 통한 기업가정신 고무 △친시장ㆍ친기업적 방향으로의 경제정책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한국이 어두운 경제 전망 때문에 마비된 것처럼 보이며 대규모 세금 감면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FT의 아시아뉴스 편집자인 댄 보글러 국장은 한국은 △예산이 균형상태이며 △조세부담률은 선진국들중 가장 낮고 △정부 채무도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에 불과하다며 적극적인 소득세 인하와 대규모 공공지출 프로그램 도입 등의 경기해법을 제시했다.

홍영식ㆍ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