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큰 공을 들여온 중국공장 설립안을 승인받으로써 조기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아직 비메모리 사업 매각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ST마이크로와의 중국공장 합작설립이 결정됨으로써 하이닉스는 독자생존과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중국진출로 무엇을 얻나 = 하이닉스는 중국진출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방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국내 설비투자가 쉽지 않은데다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통상공세에 나선 마당에 중국에 현지공장을 세우지 않고서는 현 위기를 뚫고 나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하이닉스의 입장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하이닉스는 중국에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모두 짓게 된다.

오는 18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쒸(無錫)시 당국과 공장부지 임대계약을 맺으면 하이닉스는 ST마이크로의 투자,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을 통해 8인치 웨이퍼라인을 우선 건설할 계획이다.

ST마이크로와 중국 금융기관에서 각각 1억5천만달러와 1억달러를 투자받아 8인치 웨이퍼 라인을 완공한 뒤 12인치 웨이퍼 라인에 대해 순차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중국공장 설립에는 모두 20억달러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이닉스는 현금으로 3억달러를 투자하고 2억달러 상당은 현물투자를 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중국 생산기지를 마련함으로써 통상문제 해결과 최소자금 투입으로12인치 라인 확보, 중국시장 주도권 강화, 신인도 제고 등을 통해 사업구조 안정과조기 경영정상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망 및 과제 = 하이닉스가 중국진출을 경영정상화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선 비메모리사업 매각을 매끄럽게 마무리짓는 것이 중요하다.

씨티그룹 산하 시스템세미컨덕터에 양도하기로 이미 결정은 났지만 영업양도 일정이 당초보다 늦어지고 분할양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임시주총에서 9월30일까지 양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양도작업을 중단 하기로 한 원안을 수정했으며, 시스템세미컨덕터를 유일한 양수인으로 못박지 않고 복수 양수인에게 넘길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비메모리 사업과 관련, 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얼마가 될지도 관심거리.

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400억원을 넘을 경우 씨티그룹이 초과분의 매수 및 처분손실을 책임지지 않으면 매각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일부에서 제기한 기술유출 논란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에 12인치 웨이퍼 공장이 생기면 중국정부의 반도체 육성정책과 상승효과를일으키면서 기술발전이 더욱 빨라져 중국 업체들이 세계 반도체 업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기술유출론'의 핵심.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중국공장은 시험생산을 거쳐 2005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에 이전하는 기술은 제품생산에 필요한 단순한 공정기술일뿐 D램사업의 핵심인 신제품 설계능력과 공정개발 능력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SMIC, 인피니온, UMC 등 일부 업체들이 0.11미크론(㎛)급 공정기술을 이미중국에 이전했거나 곧 이전할 예정이어서 중국으로의 공정기술 이전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