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은 장기 불황 초기(1990년대 초)의 일본 경제와 최근 몇년간 한국 경제 상황 간에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게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 가격 거품 규모가 일본보다 훨씬 작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금융회사 부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일본형 장기 불황이 한국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부동산 거품ㆍ소비 부진 닮은 꼴

한국이 일본의 지난 90년대 초와 비교되는 것은 '부동산 가격 거품' 때문이다.

일본은 80년대에 부동산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과 경기 침체기가 맞물리면서 '소비ㆍ투자심리 위축→은행 부실채권 증가→기업 부도 증가→내수 위축 및 금융 부실…'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올 1ㆍ4분기 민간 건설수주가 22.2% 급감하는 등 건설경기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요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유사한 대목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90년 4.4%에 달했던 소비 증가율이 이듬해인 91년 2.5%, 92년 2.1%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한국도 2002년 7.6%였던 소비 증가율이 작년 마이너스 0.5%로 급락한데 이어 올 1ㆍ4분기에는 마이너스 1.8%를 나타냈다.

◆ 거품 규모ㆍ금융부실화 달라

이같은 유사점에도 불구,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경제 회복 정도가 당초 예상에 못미치고 있지만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우선 한국은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붕괴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일본은 84년부터 91년까지 8년간 부동산 가격이 평균 3.3배나 상승한데 반해 한국은 93년부터 작년까지 11년 동안 상승률이 평균 1.9배(서울 아파트 기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인한 금융회사 부실화 가능성도 일본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안재석ㆍ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