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경기 회복 해법으로 정부와 여당이 재정확대 방침을 굳혔다.

열린우리당은 9일 합동기자회견에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촉구했고,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외부 용역을 줘서라도 총재정수지 적자가 경제에 미칠 효과를 분석해보라"고 지시해 재정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라당과 재계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세금 감면을 요구하고 있어 경기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 부족"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원장이 이날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경기대응 기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것은 재정이 경기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표명했음에도 실제로는 공공부문에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내년에는 정부 예산안보다 4조원 많은 7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예산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4조5천억원을 편성했음에도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3조3천억원의 흑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세금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정부가 마냥 재정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해 2차 추경예산 편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재정적자 영향을 검토하라"

이 부총리가 언급한 총재정수지(overall fiscal balance)는 발생주의 회계원칙에 따라 자산가치를 시장가격 기준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회계방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회계방식에는 문제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 회계에 시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산가격 변화에 따라 재정수지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는 것.

이 부총리가 이날 총재정수지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국채발행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 내더라도 정부보유 자산가치가 오르면 재정적자를 상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 감세ㆍ재정확대 논란 지속될 듯

이 부총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감세가 소득 및 소비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세수 감소만 야기할 수 있는만큼 전반적인 감세는 무리가 있다"며 "감세대책이 맞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

재정지출 확대쪽에 여전히 무게를 두되, 감세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과 자주국방 필요성 등 재정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감세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열린우리당 천 대표와 홍 위원장이 이날 감세정책에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